최태원 회장이 말한 10잡스, AI 부업으로 정말 가능할까

직업을 열 개 가지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코웃음부터 나옵니다.

그런데 이 말을 꺼낸 사람이 대기업 회장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.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말한 “10잡스”가 7월 30일 기사로 퍼지면서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.

이 글에서는 네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. 10잡스가 원래 무슨 뜻이었는지, 실제 부업 인구는 얼마나 되는지, AI로 부업하면 구체적으로 뭘 하게 되는지, 그리고 번아웃 없이 유지하는 방법입니다.

10잡스 발언의 원래 맥락

10잡스는 직업을 열 개 만들라는 뜻이 아니라, 한 분야만 파는 사람보다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이 유리해진다는 뜻입니다.

최태원 회장은 지난 5월 한 방송에서 이 얘기를 꺼냈습니다.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되면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맥락이었습니다.

사실 이 주장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. 제너럴리스트(여러 분야를 두루 아는 사람)가 유리해진다는 얘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.

이번에 주목받은 이유는 내용보다 화자입니다. 대기업 총수가 “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이런 사람”이라고 직접 못박은 게 처음에 가깝거든요.

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. 10잡스를 “부업 열 개를 동시에 굴리는 상태”로 읽으면 현실감이 없어집니다. 원래 뜻은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일의 종류가 늘어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.

10잡스는 일의 개수가 아니라 일의 범위에 대한 얘기입니다.
Hands holding a smartphone over a laptop with coffee in a cozy home office setup.

부업 인구 37만 명이라는 숫자

10잡스는 멀게 들려도, 부업 두 개를 병행하는 사람은 이미 흔합니다.

올해 3월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숫자가 이렇습니다.

지표 값
부업하는 임금근로자 37만 9천 명
5년 전 대비 증가율 37% 이상
조사 발표 시점 2026년 3월

37만 9천 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옵니다. 중요한 건 증가율 쪽입니다. 5년 만에 37% 넘게 늘었다는 건 부업이 특이한 선택에서 평범한 선택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뜻이거든요.

다만 이 숫자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. 여기 잡힌 37만 9천 명은 통계에 잡히는 임금근로자만 센 값입니다. 블로그 광고 수익이나 소액 제휴 수입처럼 통계에 안 잡히는 형태는 빠져 있습니다.

실제 부업 인구는 이보다 많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. 열 개는 아니어도 두 개는 이미 현실이라는 얘기죠.

부업 인구는 5년 만에 37% 늘었고, 통계에 안 잡히는 형태까지 치면 더 많습니다.

AI 부업이 실제로 하는 일

AI는 없던 일을 새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. 이미 하던 일을 빠르게 끝내서 시간을 벌어줍니다.

이 구분이 중요합니다. AI 부업이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돈을 벌어다 주는 그림을 떠올리기 쉬운데, 실제로 돌아가는 방식은 다릅니다.

지금 부업에서 AI가 쓰이는 자리는 대체로 세 곳입니다.

  • 글의 초안을 뽑는 자리 (블로그 글, 상품 설명, 답변 문구)
  • 반복되는 답변을 만드는 자리 (문의 응대, 안내 메일)
  • 흩어진 자료를 정리하는 자리 (표 만들기, 요약, 분류)

세 가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.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, 시작 지점을 앞당겨 줍니다.

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초안이 있는 상태에서 고치는 것은 부담이 완전히 다릅니다. 초안이 마음에 안 들어도 고칠 대상이 있는 쪽이 훨씬 빠르게 끝나거든요.

여기서 많이 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.

잘못된 방식: “블로그 글 써줘” 개선된 방식: “직장인 부업 초보자가 읽을 글이야. 부업 시작 전에 확인할 세 가지를 소제목으로 나누고, 각 소제목마다 실제 확인 방법을 한 줄씩 넣어줘. 존댓말로 써줘.”

앞쪽은 어디에 써도 되는 밋밋한 글이 나옵니다. 뒤쪽은 최소한 고쳐 쓸 만한 초안이 나옵니다.

차이를 만드는 건 네 가지입니다. 누가 읽을 글인지, 어떤 구조로 나눌지, 각 부분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, 어떤 말투로 쓸지를 지시에 넣는 겁니다.

AI는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고, 그 시간에 뭘 채울지는 사람이 정합니다.
Adult writing notes beside a laptop and smartphone on a wooden table outdoors.

열 개보다 하나를 깊게 파는 쪽이 나은 이유

직업 열 개를 만드는 것보다, 좁은 영역 하나에서 도구를 잘 쓰는 쪽이 오래 갑니다.

이유는 단순합니다. 일을 하나 더 늘릴 때 늘어나는 건 그 일의 작업 시간만이 아니거든요.

새 일 하나를 시작하면 따라오는 게 이만큼입니다.

  • 그 분야를 새로 익히는 시간
  • 고객이나 플랫폼을 새로 만드는 시간
  •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시간
  • 계정, 정산, 세금을 따로 관리하는 시간

작업 시간은 AI로 줄일 수 있습니다. 그런데 나머지 네 가지는 AI가 못 줄여줍니다.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서요.

그래서 일을 열 개로 늘리면 작업 시간은 열 배가 안 되지만, 관리 부담은 거의 그대로 열 배가 됩니다. 이게 N잡을 시작한 사람들이 두세 개에서 멈추는 이유입니다.

현실적인 목표는 열 개가 아니라, 하나를 제대로 굴리면서 두 번째를 얹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.

늘어나는 건 작업 시간이 아니라 관리 부담이고, 이건 AI로 안 줄어듭니다.

번아웃 없이 투잡 유지하는 방법 세 가지

쉬는 시간을 먼저 정하고 남는 시간에 일을 넣는 순서로 바꾸면 오래 갑니다.

투잡을 시작한 사람들이 무너지는 지점은 보통 비슷합니다. 일할 시간부터 정하고 남는 시간에 쉬려고 하는데, 남는 시간이 안 생깁니다.

순서를 뒤집어야 합니다.

1단계, 쉬는 시간을 캘린더에 먼저 넣습니다. 수면, 식사, 운동, 휴식 네 가지를 시간까지 정해서 미리 잡아둡니다. 이건 일정이 아니라 고정값으로 취급합니다.

2단계, 본업 시간과 부업 시간을 색으로 구분합니다. 캘린더 앱에서 본업은 파란색, 부업은 초록색처럼 나눠두면 한 주를 눈으로 보고 균형이 깨졌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.

3단계, 돈보다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. 이번 달에 얼마 버는지보다 이 속도로 1년을 갈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.

지금 상태를 점검하려면 세 가지를 확인해보시면 됩니다.

  • 쉬는 시간이 캘린더에 미리 잡혀 있나요
  • 본업 시간에 부업 생각이 끼어들지는 않나요
  • 지금 속도로 1년 뒤에도 버틸 수 있나요

하나라도 “아니요”가 나오면 속도를 줄일 때입니다. 건강이나 가족 시간을 깎아서 만든 수입은 나중에 그 이상으로 되돌려주게 되거든요.

일할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을 먼저 정하는 게 순서입니다.
Close-up of hands using a smartphone to track health stats while planning on a calendar.

부업 시작할 때 막히는 세 가지

처음 부업을 시작하면 대부분 비슷한 곳에서 막힙니다. 미리 알아두면 덜 헤맵니다.

첫 번째로 자주 막히는 곳은 종목 고르기입니다. 뭘 할지 정하는 데만 몇 주를 쓰다가 시작을 못 합니다.

이럴 땐 기준을 하나로 줄이면 됩니다.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이미 쓰고 있는 기술이 뭔지 보고 거기서 고릅니다. 새로 배워야 하는 일은 부업이 아니라 공부라 시작 부담이 몇 배로 커집니다.

두 번째로 막히는 곳은 시간 확보입니다. 퇴근하고 나면 남는 시간이 없다는 게 대부분의 상황입니다.

여기서 시간을 늘리려고 하면 실패합니다. 대신 이미 쓰고 있는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일주일만 기록해보시면 됩니다. 기록하고 나면 없앨 시간이 아니라 옮길 시간이 보입니다.

세 번째는 수입이 안 나오는 기간을 버티는 것입니다. 부업은 시작하고 몇 달간 수입이 0에 가까운 게 정상입니다.

이 기간을 버티는 방법은 수입 대신 다른 걸 지표로 삼는 겁니다. 글을 몇 개 썼는지, 상품을 몇 개 올렸는지처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숫자를 세면 0이 나오는 달에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.

종목은 지금 쓰는 기술에서 고르고, 시간은 늘리는 게 아니라 옮기고, 초반엔 수입 말고 작업량을 셉니다.

지금이 이 얘기를 꺼낼 시점인 이유

10잡스는 아직 검색조차 제대로 안 잡히는 새 표현입니다.

반대로 부업이라는 말은 이미 검색이 몰려 있는 익숙한 말이고요. 새 표현과 익숙한 말이 겹치는 이 시기가 이 주제를 꺼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.

다만 방향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. 열 개를 만드는 게 목표가 되면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됩니다.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, 번아웃 없이 얼마나 오래 가져가느냐가 실제로 결과를 가릅니다.

지금 하고 계신 일에 일주일 몇 시간을 쓰고 계신가요? 그 시간을 한번 세어보는 것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.